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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 길재영!

#스포일러 몽땅 있음.

 

길복순(전도연 분)은 차민규(설경구 분)에게 말한다. 너의 약점은 바로 "나"라고. 

확실히 차민규는 길복순을 사랑했고, 사랑한다. 원래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지게 되어 있다. 

그대로 되었다.

우리 남편은 복순의 딸 재영이 차민규 딸일 수 있지 않으냐고 하지만, 절대 아니다.

딸에게 엄마의 본 모습을 그런 식으로 보여 주지 않을 거다. 사랑하는 사람이 낳은 제 딸이면.

 

이 영화는 여성영화다. 엄마와 딸 사이에 모성은 일방적인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

엄마와 딸은 부모 자식 그 이상의 관계를 맺는다, 여자들간의 워맨스는 엄마와 딸 사이에도 있다.

 

무엇보다 재영은 엄마를 닮아서 강하다. 아니 엄마보다 강하다. 아니 건강하다.

정치인이 아들을 부정입학 시킨 사건을 두고 복순은 자식 좋은 학교 보내고 싶은게 부모마음이라고

편들고 딸은 누군가 부정입학 하면 누군가 떨어지고, 그게 나여도 좋으냐고 묻는다.

이 별볼일 없던 일상의 대화는 성공(?)한 킬러로서 복순의 삶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온다.

이 영화 서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딸은 성정체성으로 고민하면서도 타협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떳떳하고 싶다는 것. 복순이 택한 결말도 그렇다. 떳떳하기.

 

살인청부회사의 킬러들의 죽고 죽이는 이야기지만, 정말 어디 대기업 다니는 직장인 같다.

현실에서 직장인들도 날마다 죽고, 죽이며, 암투하고, 경쟁한다. 킬러는 그냥 영화적 장치이고.

세상을 킬러들의 직장생활로 은유한 것. 

 

그나저나 환혼의 이재욱. 와... 여기서 보니 새삼 멋지네. 얘 참 매력있다.

길복순 딸 재영역의 김시아. 얘가 그 미스백의 그 아이야?  묘하게 매력있네.

 

더 글로리의 문동은의 첫번째 가해자는 엄마였지.

길복순의 첫번째 가해자는 신심 가득한 개신교도(혹은 목사?) 아버지시다.

우리나라 감독과 작가들은 개신교를 어지간히 싫어하나보다. 나도 싫어한다.

그래서 약간 좀... 속으로 웃었다.

 

남자에게 사랑은 약점이지만, 여자에게 사랑은 약점이 아니다. 

남자는 여자의 약점을 공략하지만, 공격당한 여자는 게의치 않는다. 

그래, 엄마는 일을 했고, 그 일로 엄마를 원망하지 않는 딸을 둔 엄마는 강하다.

멋지다! 여자들의 신뢰와 믿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