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드라마에 빠져 있다.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잃은 임 솔은 그나마 목숨을 건져준 류선재를 원망한다. 류선재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소나기 오는 날 자신을 택배 기사로 잘못 알고 노란 우산을 받쳐준 솔에게 반한 선재는 꽤 오랫동안 솔 주변을 맴돈다. 그 날도 버스 안에서 조느라 내릴 정류장을 놓친 솔을 지켜보다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버스에서 내린 솔이 사고를 당했다. 선재는 자신 때문에 솔이 그렇게 되었다고 자책하며 끝까지 미안해 한다. 이 모든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솔은 그냥 죽는게 낫다며 절망한다. 수영을 하다 어깨를 다쳐 선수 생활을 그만 둔 선재는 솔을 구하지 못한 것이 큰 상처이지만, 의외로 노래하는 재주도 있어서 친구 따라 가수로 데뷔하고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솔에게 전화를 한다. 선재를 알지 못하는 솔은 귀찮다는 듯 죽고 싶다며 악담을 하고, 그런 솔에게 선재는 날이 좋으니 오늘만 살아보라고,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하지만 날이 좋아지기를 바라며 또 하루 살아 보라고, 그러다 보면 좋은 날이 오지 않겠냐고 위로한다. 솔은 선재의 말에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영화 감독은 되지 못하지만 다리가 불편하다는 것 빼고는 밝고 건강한, 선재가 속한 이클립스의 광팬으로 살아 간다. 아래 사진은 선재의 첫 사랑이 자신이라는 것도,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라는 것도 모르는 솔과 여전히 선재에 관해서는 신인 시절 우연히 절망한 자신에게 살라고 용기를 준 가수로만 아는 솔이 재회하는 모습이다. 이 장면은 솔과 선재의 시점에서 각각 두 번 재현된다. 솔의 시선에서 이 순간은 정말 우연한 행운일 뿐이다. 이클립스 공연이 있는 날이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아(그 덕분에 선재와 재회하니 잘 된 일인가?) 공연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고장난 휠체어 때문에 다리 위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순간, 선재가 나타나 우산을 받쳐주고 손난로를 건넨다. 하지만 선재에게는 가슴아픈 추억 하나를 더 했을 뿐이다. 자신을 팬으로서 좋아한다니 다행이고, 어떻게든 살아줘서 고맙지만, 솔은 선재를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선재의 기억 속 솔과 마주쳤던 순간들은 솔에게는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못했다. 가수로 막 데뷰한 선재가 라디오로 이름을 말하고, 살아 줘서 고맙다고 말한 그 순간 비로소 솔에게 의미있는 이름이 되었을 뿐이다. 연출이 아주 좋았다. 같은 장면을 처음에는 선재의 광팬(선재 업고 튀어는 솔이 팬클럽에서 사용하는 아이디)의 시선에서 그리고 3회 마지막 부분에서 자신을 기억 못하는 솔을 바라보는 선재의 시선에서 다시 보여줌으로써 그 동안 1~3회에서 매우 일방적인 솔의 팬심으로만 보이던 것들이, 솔이 2008년으로 돌아가야만 했던 이유가 사실은 선재의 간절한 그리움이었음을 일순간에 깨닫게 했다. 8회까지만 보면 이 드라마 최고의 1분이었다. 솔에게 우산을 건네며 선재가 하는 독백, 자신에게 팬이라고 말하는 솔을 바라보는 선재의 반갑지만 아리고, 기쁘지만 또 어쩌지 못하는 슬픈 눈빛은 내가 류선재, 아니 변우석이라는 젊은 배우에게 입덕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아... 눈빛으로 말을 하네... 잘생겼지만 조각 미남이 아닌 것이 매력이다. 당분간 지켜보는,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