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주윤발님 한국 방문 기념, 영웅본색 후기

*음... 청와대에 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대통령이 되었네. 이런 띠발...

 

영웅본색, 어른의 자리 '어른'의 무게 그리고 범죄와의 전쟁

 

2015-02-28 23:03 

조폭이 주인공인 영화, 느와르 장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의리'라는 말을 싫어하는 것하고도 연관이 있다. 경험상 더러운 짓, 하지 말아야 할 짓, 부도덕 한 일 하는 것들이 자기 행위를 지지해달라 할때, 정당화 할 필요가 있을 때 꼭 의리를 앞세우더라. 해야할 일이면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선택'은 자기가 하는 것이고, 그 선택에 대해 책임도 본인이 지면 된다. 그런데 그 선택이 꼭 남을 위해서, 남을 생각해서, 남 때문에 하는 양 하는 태도, 자세, 의식. 내게 의리'는 비겁의 다른 말이다.

 

80년대 언저리에 영웅본색이 큰 인기를 끌었다. 보지 않았다. 한국만 그러겠어? 전세계에서 조폭 세계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아주 많이 이 사회, 세상을 그런 세계에 은유한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그런데도 영화를 보는 동안이라도 조폭따위에게 감정이입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조폭, 조폭들이 하는 나쁜 짓을 궁휼히 여기게 될텐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용팔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신민당 전당대회를 아수라장을 만든 희대의 조폭. 물론 그 보다 더 조폭스러운 집단의 하수인이 불과하지만, 어쨌거나 내게 조폭은...용팔이였고, 군바리들이고, 독재를 지탱해주는 패거리 모두였다. 영웅본색은 오랫동안, 아니, 얼마전까지 이런 조폭을 미화한 영화일뿐이라는 편견이 아주 강했다. 조폭이 의리가 있으면 얼마나 있어? 그래봤자 조폭이고, 조폭들이나 하는 말이 '의리', '의리' 입에 달고 사는 놈, 사람 할 도리 하며 사는 놈 없다고 여겼다.

 

물론 지금도 이런 생각이 바뀐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영화 개봉이 86년이라니까(구글검색 기준 ㅋㅋ) 거의 30년이 다 되가는 마당에 이 영화를 봐 볼까? 하고 처음 생각이 든 것은 영진공때문이다. 영웅본색. 그러니까 "본래 영웅의 진짜 모습"은 총 잘쏘는 놈, 바바리 코트 입고 멋지게 담배 피는 놈 혹은 그런 행동이 아니라 평범하게 사는 사람, 나쁜 짓 하지 않고 살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라는-정확한 워딩은 틀릴 수 있다-말이 귀에 확 꽂혔다. 그래? 영웅본색이 그런 영화였어?

 

방금 영웅본색을 봤다. 한줄 정리하면 이렇다. , 이 영화 어른이 주인공인 영화로군...

 

아마도 아호는 어린 동생과 아버지를 뒷바라지 하느라 조폭이 되었을 것이다. 굳이 그 일 말고 다른 할 일 없었냐고 하면 뭐 이 영화가 만들어지지 못했을테니까 그런 질문은 하지 않기로 한다면, 어쨌거나 아호는 자기가 하는 일이 옳은 일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더 이상 이 짓을 해서는 안된다고 자각한 그 순간부터 자기가 저지른 일에 책임을 졌고, 남탓 하지 않았으며, 자기가 할 일을 남에게 미루지 않았다. 한마디로 그는 어른답게 "행동"했다. 영화 속 표현을 빌자면 진정한 ''인 유일한 사람이라고 할까?

 

2015년에 1986년 만들어진 홍콩 '조폭'영화를 보면서, 한편 씁쓸했다. 그래도 저 때는 조폭들이 하는 사업은 나쁜 짓이라는 건 모두 알았고, 그래서 차마 피붙이에게는 비밀로 하고, 못하게 하고 싶은 일이라고 여겼나 보다. 나는 어쩔수 없이 개 같이 벌테니 너는 이런 세계 몰라도 된다는...어느정도 여건이 되면 그만두고 "편지보다 더 쓰기 어려운" 조폭에서 손씻는 것을 꿈꾼.

 

그런데 지금 우리는 뭐하고 있는 거냐?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마지막 장면. 전직 비리 세관 공무원이었던 주인공 최익현(최민식 분)은 아예 조폭들과 손잡고 범죄조직의 일원이 되어 끌어 모은 돈으로 아들을 검사로 키운다. 그런데 그는 아들에게 자기가 한 짓을 숨겼을까? 아들은 아버지가 뭐해서 자기들 가르치고 재산 모았는지 모를까? 영화에는 물론 후일담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어쩐지 검사 아들...아버지의 그런 검은 거래를...쉴드쳐주고 있을 것 같지 않은가...? 그러라고 최익현은 악착같이 아들을 검사로 만들지 않았을까?

 

최익현의 검사 아들이 꼭 청와대에 가 있을 것만 같은...2015년 대한민국에는 1980년대 홍콩 조폭 영화에도 있었던 '어른'...잘 보이지 않는다.

 

덧글. 근데 이 영화 주인공은 적룡인데 왜 다들 주윤발하고 장국영 얘기만 하지? 아닌가? 나만 적룡이 얼마나 인기있었던 배우인지 모르는 걸까? 그리고 그 영화에서 장국영, 아니 아걸......샌님이더라. 어후...완전 답안나오는 찌질..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