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노동자 김진숙. 노동인권 변호사 시절부터 아주 잘아는 사이. 김진숙은 친구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고도 복직되지 않자 암투병중인데도 걸어서 전국을 돌며 복직 투쟁을 벌인다. 마침내 청와대 앞에 당도한 후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느냐고 묻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이기 때문에 만날 수 없다고 했단다. 노동자 해고의 부당성하고 상관없이 노동자의 상대는 회사가 있고, 대통령이라도 민간 영역에 간섭할 수는 없다는 것.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다.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한 가장 논쟁적인 주제인 윤석열 검찰총장 문제. 나 역시 그가 윤석열을 해임하지 않은 것에 대해 몹시 불만이 크다. 그래서 섭섭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은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선의가 배신당했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배신을 알면서도 당해준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찰총장은 임기가 보장되어 있지만, 대통령은 임명권자로서 해임할 권한도 부여되어 있다.
김진숙 건에서 문대통령은 공권력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따르고, 친구에게 욕을 먹었다. 윤석열 건에서 문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자의 배신도 자신이 책임지려 했던 것일까? 재임시절 그가 윤에게 보인 건 엄청난 자제력이다. 절제다. 인내했다. 그리고 지금도 견디고 있다. 이게 문재인이라는 사람이다. 그는 내가 지지한 대통령이다. 그가 대통령이던 시절 내가 누린 행복과 드높았던 자긍심은 권력자로서 그의 절제와 인내가 준 선물이었다.
한 지도자가 배신조차 감내한 결과...고통스럽다, 지금은. 그가 그런 사람이기에 지지했고 사랑했고 행복했다. 그러므로 무의미한 가정은 하지 않겠다. 그와 함께 견딜 것이다. 인내하고 절제할 것이다. 전대미문. 박그네 20년을 상상했던 나다. 4년 몇 개월만에 끝날줄 몰랐지. 세상사 계획대로,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이 인고의 시간 끝에 무엇이 있을지 쉽께 예단하고 빨리 절망하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