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이었나? 남의 집 문칸방에 세들어 살때였다. 겨울방학이었겠지. 햇살이 방안 가득 넘실대던 시간에 나는 동생들과 낮잠을 자고, 엄나는 마실 나온 이웃 아주머니들과 우리집 아랫목에서 뜨게질을하고 계셨다.
어른들의 두런두런 말소리에 설핏 잠에서 깼지만 눈 감고 그냥 꼼지락 거리는데, 엄마가 하는 말이 들렸다.
"아믄~ 우리 **, 잘하고 있제. 동생들도 챙기고. 공부도 잘하고, 속이 찼어~"
엄마는 뜨게질 거리를 손에서 놓고 잠든 척 하고 있던 내 얼굴을 쓰다듬어 주던 그 순간...
나는 깨달았지.
울 엄마가 나를 사랑한다는 걸.
그 뒤로도 나는 동생들하고 투닥거리다가 엄마에게 매를 맞는 날들이 점점이 이어졌지만...
엄마가 날 사랑한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고, 엄마의 믿음대로 나를 보여주려 애썼다.
아이는그렇게 크는 것이다.
사랑해줘라. 보이지 않게. 그럼 아이는 저절로 철이들고, 조금 삐뚤거리며 걷더라도 제 길 찾아 바로 갈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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