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다 하루끼 교수가 쓴 북한현대사. 자연 생태계에서 유전자가 살아 남기 위해서는 환경에 슬기롭게 적응해야 한다. 돌연변이는 유전자 안에 위기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돌연변이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평소와 다른 기질이 잠재되어 있지 않으면 안된다. 이 다른 기질...그게 바로 다양성이다.
한 국가도 마찬가지다. 민주사회에서 다양성을 그토록 강조하는 것도, 사실 변화에 적응하여 살아남기 위해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지금 북한의 정체, 혹은 퇴행은 다양성을 용납하지 않은 유기체가 도달한 당연한 귀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은 아주 일찌기, 아니, 공산당 1당 체계가 성립한 순간부터 제 안에 다른 기질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국제사회에서 점점 고립되었다.
공산주의는 이념으로는 다른 이념과 견줘 모자라거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매우 기발하고, 이상적이기까지 하며 철저히 노동자 계급을 중심으로 세계를 구축하였다는 점에서 말그대로 혁명적이다.
그러나 북한을 비롯하여 지금은 사라진 공산주의 국가에서 문제는 공산주의 이념이 아니라 자기 말고 다른 이념, 사상을 허용하지 않는 독선적 정체사회체제를 추구한 것이다. 당연히 망하지.
아슬아슬하게 북과 다른 길을 밟아온 남한의 유일한 장점은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다양성이 자랄 토양을 남겨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승만과 다카키 마사오는 북을 적대하면서 북을 추종하는 이율배반을 저지르며 다양성, 즉 저와 다른 생각을 말살하고 싶어 안달했지만 말이다.
그들은 지 맘대로 하고 싶었지만, 그런 일방성 단일성 독점에 끊임없이 반대하며 다른 생각을 말하고 행동한 사람들 덕분이다. 지금 남한이 북한보다 월등히 앞서 있다면 말이다.
불편하더라도 다른 목소리를 남겨 놓는 것, 돌연 변이 유전자를 없애지 않는 것, 수십만년을 지구에서 살아남아온 유전자들의 지혜다.
제3자의 눈으로 북한을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성공했다. 그러나 그가 일본사람이고, 어쩔수 없이 남북관계보다 북일관계 기술이 더 분량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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