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역적 아주 재밌다. 작가와 PD가 연산과 사화를 해석하고 상상하는 방식이 예사롭지 않다. 사화란 선비들이 화를 많이 입었다고 붙여진 것인데, 백성 처지서 임금이 양반 좀 많이 죽였다고 뭐 특별할 일은 아니잖어? 오히려 당장 내 눈앞에서 나 괴롭히는 양반이 더 밉고 어떻게 하고 싶지. 이 대목에서 임금권력에 집착하는 연산을 움직여 백성 괴롭히는 그 양반들 때려잡도록 했다고 비튼 것은 매우 흥미로운 해석이다. 권력에 대드는 놈은 양반이라도 용서못하는 연산이 백성들의 마음을 훔친 씨종 아들 길동과 맞서는 마지막 대회전을 향해 서서히 얘기를 쌓아가는 중이다. 이야기가 멈칫하네 싶은데 알고 보니 다 밑밥까는 거였고, 쌓았다 폭발시키고, 맺었다 풀고...시청자들과 밀당하는 솜씨도 재법이다. 여주인공이 제대로 자기 역할을 다 부여받고 있지는 않지만, 소소하나마, 미행당하는 걸 알고 되돌아서 돌덩이 들고 덤비는 여주인공은 신선하고, 남자들끼리 모여서 암만 쑥덕거려도 마땅한 대책을 못찾는 가운데 길동에게 실마리를 제공하는 여주인공은 민폐와는 거리가 멀다. 양반사대부 눈으로 보면 영낙없는 요부인 장녹수를 자기 욕망에 충실하고 상대 마음을 꿰뚫어 보는 능동적인 여자로 그리는 것...장녹수를 이렇게 풀어서 해석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절반 넘어가고 있는데, 아버지 대부터 이어져온 갈등의 씨앗을 상대방도 인지하기 시작했으니 이제 본격적인 얘기가 전개될터. 기대된다. 재밌네...
PS. 음악이 참 좋다. 요즘은 사극이라도 다 현대음악을 쓰는데 역적에서는 우리 악기로 연주하는 단조풍 우리 소리가 주다. 음...좋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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