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주간이라 정신없을텐데, 이런 얘기 해봤자 눈여겨 읽지도, 관심도 쏟지 않을것 같아서 쓸까말까 망설이다가 내가 잊어먹지 않으려고, 몇자 적습니다.
그동안 줄곧 멘붕으로 있다가 지난 3월부터 노무현 재단에서 마련한 이런저런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노사모 활동을 하지 않아서 이런 자리에 가면 아는 사람이 원래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난 십 몇년이 흐르면서 이런 모임에 오시는 분들의 면면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좋은 일이지요. 특히 젊은 분들이 많아진것, 그러면서 새얼굴이 많아진 것.
그런데, 분명 행사에 참여하는 우리들은 노무현을 사랑한다는 점 말고도, 여러가지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일텐데 참석한 우리들이 다 하나가 되는 느낌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고 싶은 공연이 같아서 우연히 한자리 같은 시간에 보기는 하는데, 연극이 끝나면 여전히 전혀 모르고 상관없는 사람인체로 흩어지더라는? 이러면 강남스타일의 싸이를 보러 온 사람들이나, 노무현 5월 특강을 들으러 온 사람들이나 다를바 없는 것 아닐까...? 이런 잡념을 해 봤습니다. 전부터 아는 사람들과는 어울리지만, 몰랐던 사람은 그 자리에서도, 그 자리가 끝난 후에도 계속 모르는 사람이고, 우리가 한편이라는 동질감은 커녕 왠일인지 명동거리의 수많은 사람들보다 더 낯선 느낌...? 특히 저처럼 혼자가서, 별로 아는 사람 없는 이는, 그 자리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돌아오기도 해요. 아, 물론 저부터 옆사람과 인사 정도 나눌만큼 사교적이면 좋으려만...그러지 못하니, 저한테도 원인은 있지요. 허나, 그런 자리를 마련하실 때, 그냥 행사 연 것, 그것이 목표가 다가 아니라면, 프로그램 속에 사람들이 소통하고 동질감과 유대감을 나누도록 하는 무엇이 있었으면 합니다.
예컨데, 몇 차례 재단 산행에 참여했는데, 산행 전에 처음 오신 분 간단 소개하고 나서는 정말 걷기만 하더군요. 아, 이런...!! 산악회에서 가는 본격 산타기가 아니라 가족 단위로 또는 지인들끼리 쉬엄쉬엄 서울 근교 산책길 나들이하는 기분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은 좋은데, 유홍준 교수가 일찌기 우리 나라는 천지가 문화유산이라 했거늘... 그냥 걷기만 하지 마시고, 길 옆 사소하지만 역사 유적 문화 유적 있으면 설명도 좀 곁들이고, 요새는 숲해설사도 있던데, 숲 속 저 나무 이름 꽃이름은 뭔지도 좀 알려주고...이렇게 소소하지만 문화 프로그램을 살짝 곁들이면 더 멋진 레시피가 될 수 있을 것을...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남산둘레길 걷기에서도 지극히 개인적으로 사진찍기...아는 사람들끼리 수다..아니면..그냥 걷기만..ㅠㅠ..서로 알아가는 재미도 없고...혼자 온 사람은 걷는 내내 혼자고, 행사 끝나고도 여전히 혼자고...걷다가 문득 누구를 불통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소통 잘하고 있는지 자문하게 되더라는....
재단 안에는 여러 동아리가 있고, 개인들의 만남과 소통은 주로 그곳에서 이뤄지겠지요. 하지만, 저처럼 사정상 동아리 활동을 하기 어렵거나, 그냥 노무현 혼자 좋아해서 그런 자리에 혼자 처음으로 온 사람들...저야 뭐 노빠로 산지 하도 오래됐기에 저한테 노무현 얘기를 들려줄 필요는 없지만, 재단 산행에서 처음 와서 인사하시는 분들 중에는 친구따라 왔다는 사람도 있고, 애인 따라 왔다는 사람도 있고, 뭔지 모르고 왔다는 사람도 있는데... 이 사람들이 돌아갈 때는 노무현에 대해, 노무현의 가치와 정신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뿐만 아니라, 나중에 오면 더는 쭈뼛거리지 않고 스스럼 없이 인사 나눌 수 있도록 해주는 작은 배려..이런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까놓고, 아, 거 우리 편 한 사람이라도 더 늘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봉하에 갔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습니다. 거기가 무슨 관광지인양 관광버스가 뭐 볼 것 있을줄 알고들 오는지, 많이도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솔직히 한번도 야당 찍어 본 적 없을 것 같은, 심지어 노무현을 찍은 적도 없을 것 같은 사람들, 아주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돌아가며 하는 말..거 뭐 대통령 태어난 곳이라던데 볼 것 없네...ㅠㅠ
노무현 재단이 꼬박꼬박 행사'만' 여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그래서 한다라는 사랑방도 여신 것으로 아는데...우리는 우리를 잘안다고, 노무현을 잘 아니 더 알 것 없다고 여기고, '우리'만 처다보는 것은 아닌지...시민은 저절로 깨어있는 시민이 되지는 않습니다. 우리'만' 깨어있어서도 안된다는 것, 지난 대선 결과가 보여줍니다. 깨어 있지 못한 사람들이 최소한 51%는 됩니다. 꽃은 저절로 필지 모르나, 사람은 꽃이 아니더라는...
어쭙잖게 훈수두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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