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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자학과 자아도취 사이

7년만에 연극 콘트라베이스를 봤다.

연극을 보기 전에  7년 전 내가 쓴 후기를 먼저 읽었다.

그리고 연극을 보면서...


7년 전 내가 무척 오만하고 잘난척 하면서

어딘지 들떠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무려 세 편이나 되는 글 중 하나에서

감히 나는 그를 도발하고 있었다.


배우 명계남이 그가 연기하는 그를

선동하고 있다고 썼다.


그 역을 하는 배우가 그가 연기하는 

인물을 부추긴다?


사라~~!! 


하고 외치라고. 


그리고 아마도 당시에 나는


연극이 끝난 시점 그 다음에


무대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곳에서 


정말로 용기를 내 자신의 존재를 증명했을 거라고


굳게(?) 믿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7년만에 다시 만난 그는 


자학과 자아도취 사이에서


혼자 중얼중얼 투덜투덜 신세타령이나 하는


답답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가 변했을까?


아, 그 콘트라베이스 주자 말이다.


시립오케스트라 단원.


오케스트라의 말석.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악기.

그러나 오케스트라에 빠져서는 안되는 악기.


그리고 그것을 연주하는 그


아니다. 


그 때도 그는 여전히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콘트라베이스는 보잘것 없는 악기지만

또, 콘트라베이스는 세상의 베이스, 다시말해

기준이라고. 


그런데 그 기준이라면서

음악세상에서 콘트라베이스는

형편없다고, 

웅얼웅얼댄다. 

도무지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 소리를

뽑아낼 수 없다고.


생긴것도 요상스럽다고. 


푸념...과..독설...


콘트라베이스가 그이고

그가 콘트라베이스다.


그는 이렇게 밤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세상,

정확히는 저를 몰라주고 나이많은 속물들과 

어울리는 사라를 원망하면서 또 욕망한다.


그리고 또 7년전처럼 세상에 자신을 드러낼 방법을

사라가 자신을 잊지 못하도록 할 수단을 궁리하다가

연주가 시작되기 직전 조간 신문에 날 일을 하겠노라 공헌한다.


물론 조건이 있다.


용기가 있다면.


결국 그가 용기를 냈을까를 두고


7년 전 나와 오늘 나는 


다르게 예상하고 있는 것는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7년 전에 나는 그가 외쳐야 한다는,

목적지향성을 아주 자신있게 드러냈다면


오늘 나는 그가 외치기를 바라지만


그가 내 조언을 들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고 여긴다.


그러므로, 그러거나 말거나 이거나


그의 저런 답답하고 각잡힌 촌닭같은 모습이


드럽게 꼴 비 기 싫 다. 


뭐 어쩌라고? 


용기가 있다면? 


장난해?


그가 내게 이렇게 비친 것은


그 탓이 아니라


내 탓이다.


7년 전 마음 먹으면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고

사람을 행동하게 할 수 있다고 여겼고

그러기 위해 상대를 설득하거나, 꼬시거나, 부추기거나, 선동이라도

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 마음 먹은대로 바라는대로 세상은 그리 쉽게 움직이지 않으며

남이 내가 바라는대로 행동하도록 하기란...


음...


댓가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가망없어 보이는 상대를 설득하거나 꼬시는데

쓸 에너지가 없다.


냉소만 짙어졌나?


아니면 


철이 든 걸까?


희망이라는 말이 싫다.


꿈?


개뿔이다. 


사람들에게 쉽게 힐링을 말하고, 힐링을 파는 이들이

몹씨 못마땅하다. 


희망, 그 딴게 없는데 뭔 힐링?


그게 가능해?


그리고...남이 해줄 수 있는 힐링이 있어?


무엇보다 힐링이니 위안이니 마저


자신 아닌 남에게 의존하는, 사고파는 시대...


엿같다. 


오늘 콘트라베이스 연주자가


꼴비기 싫은 것은


자아도취와 자학 사이를 어지럽게 오가는 꼬라지가


나 같아서 일지 모르겠다.


우리 같아서...


나는 그가 싫다...


나는 지금 내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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