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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역사재단 욕하는 사람들이 이상해

오늘 우연히 검색하다가 동북아역사재단이 동북공정을 지지하는 사람들만 있고, 여기서 하는 연구가 식민사학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읽었다.


어이가 반푼어치도 없는 얘기다. 사실관계만 확인해보자.


그런 얘기를 허성관 전 장관이 했다는데, 그 사람 약력을 다시 살펴보니 참여정부에서 행자부 장관을 했지만 동북아역사재단 설립 당시인 2006년에 그는 이미 국무위원이 아니라 광주과기원장으로 가 있었다.


그가 말하는 고구려연구재단도 행자부 산하가 아니라 교육부였고, 동북아역사재단은 처음에는 외교부 산하로 설치하려다가 법안을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교육부(당시 교과부) 산하에 두는 것이 낫겠다는 국회의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의원입법으로 설립법을 특별법으로 제정하였고, 이 법에 따라 특수법인격이 있는 동북아역사재단을 설립하였다. 


또하나 당시 교과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민간 연구단체인 고구려연구재단이 동북공정 등 중국과 갈등이 있는 역사 현안만 다루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데다, 특히 일본의 시마네현이 독도(일본 말로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고 독도영유를 주장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일본의 교과서 왜곡, 독도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동북아 이웃 나라와 역사 갈등이 계속 이어지자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문연구 집단이 필요하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결심에 따라 청와대 직속으로 바른역사기획단을 만든 것이 모태로 알고 있다. 나중에 이 바른역사기획단과 동북공정 대응 연구를 하던 고구려연구재단을 합쳐 동북아역사재단이 만들어 졌다.


동북아역사재단은 그러므로 식민사학자 집단이니 동북공정을 지지하는 사람이 모인 곳이니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을 모독하는 일이다. 재단에는 동북공정을 지지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식민사학자도 한 사람도 없다. 오히려 그렇게 몰아가는 사람들이 더 의심스럽다. 그런 주장하는 이덕일 같은 사람들이 오히려 친일파 신문에 칼럼 쓰는 걸 주저하지 않더라. 그런 사람 중에는 뉴라이트 교학사 교과서는 더 열심히 지지하고, 친일파 후손들이 모여있는 집단을 더 열열히 지자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중국이 우리 역사를 왜곡하면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싸우자면 무기가 필요하고, 그 무기가 역사사실을 둘러싼 논쟁이라면 그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여 우리 무기를 날카롭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진짜 칼들고 땅따먹기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로 싸우자면, 철재 칼을 만드는 것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기도 하거니와. 또 그 무기로 꼭 상대를 찔러서 피나오게 해야 이기는 건가? 병법에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진짜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꼼짝 못하는 것은, 우리가 피해자여서가 아니라 그 문제가 인권이라는 보편성을 띄고 있음을 설파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역사 문제에서 우리가 중국이든 일본이든 그들의 주장보다 설득력이 있으려면 보편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일제 식민지 피해국의 문제가 아니라 전쟁중 여성에 대한 성범죄라는 보편적인 아젠다로 끌고 갔듯이, 동북공정 문제도 보편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판단을 하는 무대는 학문의 영역이다. 학문은 철저하게 이성과 합리, 보편만이 인정받는 세계다. 상상력으로 다투는 곳이 아니다. 그것은 학문이 아니라 문학이거나 예술의 세계겠지. 


그런데 동북아 전체가 동이족 나라였다고 해서야 학계에서, 그것도 세계학계가 납득할까? 왕따 당하기 싶상이다.


단군신화는 신화다. 그러므로 고조선이 실체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500년 전 조선왕실도 자기 선대들의 활약을 미화했고, 용비어천가는 그 흔적이다. 그보다 어 오래전 고대 국가들은 훨씬 자연을 경외했고, 자연에 압도당하며 살 수 밖에 없던 시절, 권력자는 자기를 돋보이게 하려고 자기가 하늘의 자손이니 태양의 아들이니 하며 절대자의 현신이라고 강변했다. 


단군신화는 그렇게 탄생했다. 난 2333년 산 단군은 사실이 아니라고 본다. 다만, 당시 조선이라고 불리던 나라 지배자들이 자기들의 기원을 환웅이니 환인이니에서 찾았고, 그렇다고 스스로 믿고, 그 땅 사람들도 믿었을 개연성은 있다. 다만, 위만 조선 이전 조선을 입증할 문헌 고고자료들이 아주 부족해서 학자들은 이 부분을 매우 조심스러워 하는 것이다. 연구자가 사료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단정하지 않고 유보하는 것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빈약한 사료를 두고 쉽게 단정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위험한 것 아닌가? 


그리고, 위만 조선이나 기자 조선도 그렇다. 그때도 중국은 어찌되었건 사람 많고, 물자 몰려들고, 극동 끝에 붙은 땅보다 외부 사람들 출입도 잦고 그래서 우리보다 선진이었었다. 지배자가 되고 싶은 인간이 선진 문화를 지닌 곳에서 자기가 왔다고 주장하는 것, 그거 인지상정 아닌가? 설령 주장이 아니라 중국 땅에서 유래한 것이 사실이라고 치자. 그런다고 중국을 지금도 섬겨야 하는건가? 스스로 중국민족이라고 생각을 고쳐먹어야 하는가? 중국보다 못하다 열등감 가져야 하는가? 열등감이 생기는 사람이 더 이상하고 더 허술하다.


일부에서 무슨 동북아 일대가 전부 동이족의 땅이고, 우리 역사의 기원이 5천년 1만년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둥 하는 얘기는...글쎄...우리가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를 이기는 방법은 우리 역사가 길고 니들 땅이 원래 우리 땅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를 사는 한국인들의 조상 중 일부가 어주 먼먼 옛날 바이칼 호 근처에서 살다가 어찌저찌한 사연으로 동으로 이동해 왔을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역사가 길어야 조상이 자랑스럽고, 땅이 넓어야 우리 역사가 소중한가? 


죽은 아들 뭐 만지는 것도 아니고, 옛날 꼰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거기가 다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지금 현재 땅을 기준으로 과거에 세워진 나라도 중국 것이라고 주장하는 중국과 뭐 다른지 모르겠다. 그런 논리는 중국의 대국주의와 다를바 없다. 그래서 위험하다. 그러면서 국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되어,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배타적 민족주의를 주장하지 않는다고 식민사관이니 하는 말을 함부러 하는 인간들이야말로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중요한 것은 민족의 조상이 누구냐가 아니고, 우리 조상이든 중국 사람 조상이든 미국 사람 조상이든 우리 인간의 조상들이 과거에 행한 것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 다양한 영역에서 교훈을 얻고 그 때보다는 나은 오늘, 오늘 보다는 나은 내일, 인간이 더 평화롭고 나누며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배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