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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완벽하지 않아도 좋지 않은가?

난중일기에서 이순신은 몇 차례나 원균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매우 강한 표현으로 주저없이 드러낸다. 아마 이순신은 당신 일기가 한국사에서 이토록 중요한 사료이자 문학이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명량에서 무려 이순신을 연기한 최민식은 그 영화에 대한 내 평점과는 무관하게 이순신 장군에 대한 신뢰와 존경이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배우로서 그기 얻고 있던 신뢰를 관객에게 되돌려 준다. 하지만 몇몇 인터뷰에서 배우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나 이순신을 완벽한 인격으로 표현하고 그걸 자신이 구현하는 일이 얼마나 버겁고 힘들었는지를 고백한다. 정말 이순신은 완벽한 인간이었을까? 아, 그는 영화에서와 같이 두려움많고 고독하며 질시에 힘겨워 하는 인간이나 그것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승리를 이끌어 자신의 역량을 입증했기에 완벽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민식이 '완벽'을 반복해 입에 올리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하지만 온갖 고난을 극복한 완벽한 인격체로서 이순신과 박정희가 제 롤모델 삼아 국민에게 자기가 이순신의 현신인양 동일시 해줄 것을 강요(?)한 이순신이 어쩐지 다르지 않아서 나는 불편하다. 이순신을 둘러싼 상황, 적이 강력하면 할 수록 불멸이 되는 이순신에게서는 매력을 못느끼겠다. 작위적이라는 생각? 


이순신이 세계 해전사에 빛나는 전승의 기록을 세운 것은 자기가 원하는 날,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방법으로 적을 상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두려움이라는 매우 관념적인 것과 씨름하여 그것을 극복했기에 완벽한 인간 대신, 자신의 이런 작전을 일관되게 실행하는 용기와 판단력, 신념을 지닌 장수로서 이순신이 나는 훨씬 멋지고 인간적이다. 


이순신이 이토록 멋진 무장이자 백성을 사랑하는 목민관이었으므로 비록 일기장에 원균을 험하게 욕하고, 같이 올리기로 한 장계를 그냥 혼자 올려 버리는 빈구석이 언뜻언뜻 보일지라도 나름 괜찮은 인간이었을 것이다. 이순신을 존경하는데 이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