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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리와 십상시 얼굴을 한 탐욕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문고리는 있었다. 십상시도 있었다. 그를 앞세워 권력의 곁불이라도 쬐고 싶었던 사람들, 아주 많고, 지금도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그런데 그 여자가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정치에 관심없는 대다수 국민 눈에 그 여자의 흠은 별로 드러나 보이지 않았다. 십상시와 문고리들도 정치인이니 으레 있는 측근으로 보였을 뿐 그리 뭘 잘못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면 뭐가 달라졌을까? 왜 이리 시끄러울까?


대통령이 되기 전 그들은 알았다. 탐욕을 절제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실제로 상당히 절제하였다. 솔직히 참지 않는다 한들 어쩔 도리가 없었다. 먹을 것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대통령이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탐욕을 억누를 필요가 없었진 것이다. 이제부터 맘껏 허리띠 풀고 만찬을 즐겨면 되는 거다. 물론 다음 총선을 생각해야 할 새눌당은 좀 다르겠지만, 지금 정부에 선을 대고 청와대 주변에 알짱거리는 인간들, 특히 문고리와 십상시들은 5년 단임제에서 지금 아니면 다음 기회는 없다. 최대한 땅겨서 차지할 것은 차지하고 먹을 것음 먹어야 한다. 그들에게 지난 2년은 탐욕을 최대한 채울, 흐르는 시간이 야속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이라는 작자 역시 마치 이웃 도시를 점령한 뒤 부하들에게 맘껏 도시를 약탈하는 것으로 보상을 다하려는 장군처럼, 국민을 다시 볼 일 없는 뜨네기 장수처럼 행동한다. 군대의 규율이란 전쟁을 하는 동안에나 필요하지 이기고 나서 차지한 적군 마을에서 그 마을 사람들을 위해 지킬 필요는 없다. 애초에 이들이 탐욕을 절제한 것은, 성문을 따고 들어가기 위한 회유책이었고, 더 많이 먹기 위해 하는 사전 다이어트였을 뿐이다.


사람들은 대통령을 움직이는 실세가 누구인지 궁금해 한다. 도대체 누구 말을 듣고 저러고 있는지, 상상의 날개를 펴고 잡설을 푼다. 이런 사고는 유일무이한 절대권력에 익숙한 봉건적, 권위적 정치의식에서 비롯한 것이다. 대통령 배후에 있는 누구는 한 사람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괴물은 아무개라는 한 사람의 숨겨진 얼굴이 아니다. 문고리와 십상시, 청와대 주변 인간들이 싸질러 놓는 탐욕들의 총합이라고 할까? 


아담 스미스는 경제적 인간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하고, 이 합리적 인간들의 욕망이 시장에서 거래를 성사시키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대통령 뒤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실세, 권력을 사고 파는 보이지 않는 손은 절제할 필요가 없는, 제어장치를 상실한 인간들의 끝없는 탐욕과 욕망이다. 이 기괴하고 징그러운 탐욕은 2015년 청와대 주변에서 문고리와 십상시의 얼굴로 출몰하여 사람들을 기겁하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