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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민 생각

장동민이 이혼가정 아이를 놀리는 설정의 콩트를 했다가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한다. 지난번에 유세윤 등 친구들과 팟케스트에서 여성비하 게그를 한 것이 논란이 된지 1년 만에 다시 시끄럽다.

 

나는 그가 한 콩트를 직접 보지 못하고 보도를 통해 접했다. 보았다면 다른 느낌이 들었을지는 모르겠으나 보도된 내용을 보면서 이 친구들이 코미디를 잘못 이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1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장동민은 억울할 것이다. 현실에서 요즘 아이들은 전세나 월세 사는 아이들을 놀리고 평수 같은 아이들끼리만 어울리며, 그 엄마들은 직장다니는 엄마를 둔 아이와 자기 아이가 섞여 놀지 못하게 단속하기도 한다. 이건 실재다.

 

이런 현실에서 장동민은 그걸 그대로 소재로 가져다 썼을 뿐이라고 변명하고 싶을 것이다.

 

현실이 그렇다면, 이런 현실은 그 자체로는 웃음을 줄 수 없다. 오히려 서글픈 일이다. 이런 슬픈, 서글픈 현실을 가지고 사람을 웃게 하려면 여기서 배우 또는 코미디언의 창의력이 개입되어야 한다. 그건 바로 풍자다. 


현실을 비틀어서 이런 식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아이, 그런 아이로 키운 어른, 그런 어른이 만드는 세상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 그렇게 하여 비판하는 것, 이걸 풍자라고 하고, 얼마나 제대로, 날카롭게 풍자하느냐가 그 배우, 코미디언의 능력이다.

 

찰리 채플린이 코미디의 황제인 것은,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지극히 슬픈 현실(노동착취, 아동학대, 계급차별, 사람을 기계만도 못하게 취급하는 자본의 횡포, 나찌의 공포 정치 등)을 날카롭게 풍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영화를 보면...입으로는 박장대소하는데 눈에는 눈물이 맺힌다.

 

진짜 코미디는 이런 것이다.

 

찰리 채플린이 한 서양 코미디만 그럴까? 아니다. 조선 시대 저자 거리에허 하던 사당패 패거리들의 연행과 가면극, 탈춤..다 양반과 못된 권력자들을 골려 먹는 것이다.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그대로 옮기면서도 기분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통쾌한 까닭은 그런 짓을 하는 놈을 흉내내되, 결국 응징하기 때문이다. 슬랩스틱! 오만떨고 거드림 피우다  넘어지고 자빠지고, 욕심 내다가 들통나 망신당하고.

 

장동민과 옹달샘의 코미디가 불쾌한 것은, 현실을 흉내만 낼 뿐, 그런 행위를 하며 철없는 어린아이를 빙자하여 횡포를 부리는 이를 제대로 응징하는 장치가 없거나,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수준 낮은 말장난 흉내내기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들이 반복해서 이런 구설에 휩싸이는 것은 방송국이 징계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장동민과 그 친구들이, 어쩌면 한국의 대다수 방송 코미디언들이 코미디의 본질, 풍자의 역할을 모르면서 웃기려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일은 앞으로 매번 반복될 것이다. 왜냐면 코미디를 만들어 방송하는 방송국도 코미디의 본질, 풍자의 기능을 깨닫지 못한 이들이기에, 장동민 옹달샘 류 코미디가 왜 문제인지를 모르고, 그냥 웃기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웃기지 않은 현실을 놀리는 것으로 웃는 자들은....제 정신이 아니다. 사이코페스와 다를 바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