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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정치인 덕질과 연예인 덕질에 관한 소고

요즘 변우석 덕질을 하면서 그 이유를 생각해봤다. 그가 잘생겼다, 좋은 배우다, 다정하다 뭐 이런것 말고 좀더 사회과학적(?)인 분석을 해보자면 내가 달리 열정을 쏟을만한 정치사회적 일정이 없어서 아닐까? 

선업튀가 방송을 시작한 것은 4월8일. 총선이 있던 주에 첫방을 한 것이다. 아마도 2회는 본방을 안 본 것 같다. 정치 유튜브 찾아 보느라고. 어쨌거나 기분좋게 선거 이기고 나니 정치뉴스 비수기가 시작됐고 달리 관심 쏟을 일이 없어지자 선업튀에 집중했고, 선업튀가 끝나자 우석이한테로 마음이 통째로 옮겨갔다. 추미애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에서 탈락하자 홧김에 나 삐뚤어질테야...하는 억하심정이 들기도 했지만, 사실 마음 깊은 곳에는 현재 상황에서는 민주당이 최선을 다해 "잘" 싸우고 있으니까, 내 열정이 정치 밖으로 해찰을 부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아수라 세상을 만들고 있는 바퀴벌레 두 마리가 하고 다니는 꼬라지가 불러일으키는 분노...지금 당장 뭐 어떻게 하기 어려운 가운데 애써 외면하고 싶은 게으름도 이유일 것이다. 

이 나이에게 연예인 덕질이라니...놀랍고 신기한 경험이다. 그런데 해보니 알겠다. 정치인 덕질이 난이도 최상이라는 것. 세상을 바꾸는 최고의 기쁨을 누리기도 하지만, 내 최애를 반대가 아니라 아예 죽이겠다 달려드는 이들이 있고, 반대파에게서  최애를 지키는 일은 전쟁이나 다를 바 없다. 날마다 고난의 행군이다. 그래도 할 때는 그게 힘든지 몰랐다. 해야 할 일이고 가치 있는 일이며, 나라를 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우석이 덕질을 하면서 야...이건 진짜 껌이구나 싶다. 그냥 좋아만 해주면 된다. 최애가 괜찮은 사람이면 더욱더. 일단 보는 것부터 즐겁다. 청량감 그 자체다. 게다가 그의 생각이나 행동거지가 상식선 정도에서 반듯하면 뭐 더 바랄 게 없다. 지켜보는 것으로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라....이래서 연예인 덕질을 하는가 싶다. 

정치인에게는 바라는게 있다. 이익일 수도 있고, 정의일 수 있다. 한번에 다 이룰 수 없으니 정치에서는 최애와도 밀당을 해야 한다. 수위 조절을 해야 한다. 그러다 끝내 어느 선을 넘어가면, 또는 내 바램을 배신할 것 같으면, 이익을 거스를 것 같으면, 관계는 파탄난다. 

반면에 연예인에게 딱히 바라는 것? 좋은 작품 찍어달라는것? 좋은 음악 만들어 달라는 것? 자주 모습 보여달라는 것? 최악의 경우 최애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만한 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칭찬하고 격려하기만 하면 된다. 좋아하기만 하면 마음의 평화와 안녕,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연예인 덕질이다. 

 

이런 걸 좀 품위없고, 유치한 짓이라는 편견과 사회적 인식 따위가 최대 장벽이기는 하다. 뚫는 것이 또 어려운 것도 아니다. 아름다움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하지 않으면 된다. 변우석이라는 피사체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은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