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종의 전쟁이 7년 전이란다. 그래서 봤는지 안봤는지 가물가물한데 결론은 봤더라. 오늘 새로운 시작을 봤으니 혹성탈출 리부트 4편을 다 봤다. 아, 오늘 좀 힘들었다. 뭘 말하려는지 모르겠더라. 시저는 죽고 노아라는 이름의 유인원이 주인공이다. 노아? 근데 서사는 어째 좀 모세를 닮았다. 하여간 서양 사람들 상상력. 성서를 벗나지 못하는군. 몇 가지 고민할 지점이 있기는 하다. 시저는 유인원은 뭉치면 강하다고 했지만 인간을 멸해야 한다고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살폈다. 시저가 죽고 수세기가 흐른 후 인간 문명은 폐허가 되었는데 지구 행성을 지배하는 유인원들도 이전 인간 세계와 다를 바 없다. 인간 왕을 흉내내고 동족이지만 힘없는 부족들을 납치해 노예 노동에 동원한다. 인간의 지식 창고를 훔쳐서 세상을 지배하고 싶은 프록시무스는 시저의 재림을 자처한다. 프록시무스 패거리에 아버지를 잃고 끌려간 부족들을 찾아나선 길에 노아는 자연은 물론 인간(에코)하고도 공존해야 한다는 걸 배우고 인간 소녀와 동행한다. 이 대목이다. 이 인간은 뭐지? 인간들 역시 한 부류는 언어를 잃을 정도로 퇴화한 반면 메이는 문명화된 인류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냥 본대로 말하면 메이는 프록시무스가 노리는 인간 지식이 보존되어 있는 요새 동굴에서 통신장치를 빼내고 동굴을 파괴해버린다. 유인원에게 넘어가면 안된다는 것, 즉 인간만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음 편에서는 이 메이가 속한 집단이 노아의 상대가 될 모양이다. 메이의 선택과 행동은 유인원 노아의 도움은 필요하지만, 공존은 하고 싶지 않은, 인간이 도달한 문명을 유인원과 나누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걸 가르킨다. 차기작을 염두해서 그렇겠지만 도대체 어떻게 메이네는 살아 남아 인간이 발전시킨 고도의 기술력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전혀 설명해주지 않는다. 한마디로 뜬금없다. 이러면 리부트라고 하면서 다음 5편은 이전 4편의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또, 노아의 서사는 시저에 비하면 정말 평범하다. 시저가 유인원 집단의 리더로 서기까지 리부트 1편을 몽땅 할애했는데, 그 이야기는 정말 전율이 일정도로 강렬했다. 시리즈가 길어지면서 어쩔수 없기도 하고, 어떤 유인원도 시저만한 카리스마를 지닐 수 없을 것을 알면서도, 다음 이야기를 끌어가기에 노아는 좀 약하다. 평범하고, 착하고, 아버지 앞에서 주눅들어 하던 노아가 자기를 무시하던 아버지의 독수리 태양의 인정 받는 여정은 그 자체가 성장 서사이고, 그런 점에 감정 이입할 수도 있겠으나.... 프록시무스는 어쩌다 저런 독재자가 되었는지, 유인원 내 이런 분화와 분쟁이 왜 일어났는지... 자꾸만 의문부호가 생기니 그만 졸기도 했다. 이런... 이런 식이면 다음 편은 안보고 싶다. 개봉하면 또 어쩔지 모르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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