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두 번째 관람했다. 두 번 보고 나니 선명해진다. 이 영화가 왜 지금 오늘 우리를 찾아왔는지. 전두환과 신군부가 나쁜 군인이라는 것, 군대에서 불법 사조직을 만들고 사리사욕으로 병력을 움직여 권력을 찬탈한 집단이라는 사실은 새삼스럽고 놀라운, 새로운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차오르는 분노, 안타까움, 답답함은 전두환의 쿠테타를 막고 싶어서, 막지 못해서 만은 아니다. 그 분노, 아타까움, 답답함은 2022년 43년만에 반복된 또 다른 쿠테타 때문이다. 윤석열의 쿠테타.
서울의 봄에서 전두환과 하나회의 모의를 막을 기회는 세 번 있었다. 정승화 계엄군 사령관이 월권을 하며 공공연히 권력을 남용하는 전두환을 일찍 인사조치 했더라면? 국방부 장관 노재현이 옆집 정승화 참모총장 관저에서 총소리가 났을 때 육본으로 가서 국방부 장관으로서 곧바로 총질한 군대(양쪽 모두) 잡아 들였더라면? 육참 차장이 전두환의 거짓 제안에 응하지 않았더라면?
2022년 우리는 어쩌다가 윤석열의 쿠테타를 방치하고, 대통령이 되도록 꽃길을 내줬을까? 문재인 대통령과 그 정부는 윤석열의 거짓말(검찰개혁)에 속았을까? 많은 데이터는 그가 위험한 검찰주의자임을 가리키고 있었는데도, 그 많은 자료와 평판과 조언 을 뿌리쳤을까? 권력자의 선한 의지는 성찬해야 하지만, 권력자 스스로 그 선함에 스스로 도취되어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까? 불법적으로 대통령의 인사권에 도전하고, 절차를 무시한 수사와 구속, 여론 몰이, 수사사실 공표.... 검찰총장 임기는 보장해야 하지만, 불법 탈법 권력남용을 일삼는 검찰총장의 임기까지 보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째서 문재인 대통령과 그 정부는 총장임기 보장이라는 형식에 얽매여, 검찰에 대한 정당한 문민통치의 본질을 외면했을까? 어째서, 왜?
우리 역사 최고의 성군 세종도 같은 실수를 했지. 형제를 도륙한 아버지를 반면 교사 삼았을 수도 있고, 형 양령을 비롯한 다른 형제들에게 관대했던 세종은 자기 자식들도 그러리라 철석같이 믿었다. 애비 눈에 제 자식들이 하나같이 잘나보였을 수도 있고. 할아버지의 너그러움은 손자의 비극이 되었지.
이 영화를 보며 느끼는 분노, 안타까움, 답답함은 우리 자신을 향한 것이다. 43년만에 또다시 사조직이나 다름 없는 집단이 검찰권을 남용하다 못해 국가권력을 아주 합법적으로 선거를 통해서 찬탈하도록 놔둔 우리들의 우유부단...무능... 어리석고 순진한....
전두환과 신군부를 고발하려고, 나쁜놈 실은 짐작하는 것보다 더 악한 놈이라는 걸 알리려고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1979년의 그 일과 그 후 그들이 이땅에서 저지른 일을 모르는 젊은 세대와 진실을 외면해온 늙은 사람들에게 진실을 일깨우는 것만으로도, 그럴줄 몰랐다는 탄식을 이끌어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훌륭하다. 이게 다는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나에게, 우리에게 묻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과 전정부에, 민주당에 질문하는 것 같다. 왜 어이없이 12.12 반란을 봐놓고도, 당해놓고도, 다시 또 똑같이 당했느냐고, 또 당할 것이냐고, 저것들을 그대로 둘 것이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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