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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선재에게 입덕하던 순간

재방으로 보다가 1회에 나왔던 다리 위 만남이 선재의 시선에서 다시 재현되던 순간이었다. 솔은 15년 전과 같이 선재가 자신을 짝사랑했다는 걸 알지 못한다. 사고에서 다리는 잃었지만 목숨을 구해준 이가 선재인 것도 모른다. 오히려 구해준 사람을 원망했었다. 그렇게 가슴 아픈 짝사랑을 묻어둔체 밴드 가수가 된 선재는 라디오 방송 신인 소개 코너에서 인지도 테스트를 핑게로 솔에게 전화한다. 여전히 절망 중이던 솔은 선재를 알 리 없다. 짝사랑 상대가 기억조차 못하는 이름으로 사는 선재지만 솔에게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날이 좋으니 오늘은 살아보라고,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하니 맑은 날을 기다리며 살아보라고 위로했었다. 솔은 그 뒤 선재의 광팬 '선재 업고 튀어'로 밝고 건강하게 살았고, 직관은 못했지만 공연 여운을 즐기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강 다리 위에서 선재를 만나지만 최애를 만난 팬으로서만 감격한다. 선재는 달랐다. 솔이라는 걸 알았고, 자신을 최애 가수로만 아는 솔을 보며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짓는다. 이 대목에서 쿵~!하고 내 심장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되돌아보면 영화든 드라마든 외롭고 쓸쓸하지만 의연하게 감내하는 주인공에게 곧바로 반응해 왔다. 어른스러움. 심연을 가늠하기 어려운 고독. 아니 세상에 이 가볍고 청량한 로코 드라마에서 이런 감정을 마주하다니! 표현하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하지만, 표현하지 못해도 어떤 이가 간직한 그 감정을 어찌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선재의 표정에서 아주 깊고 고귀한 사랑이 느껴졌다. 솔을 구했으면서도 잠시 자신의 시야에서 솔을 놓친 것 때문에 솔이 사고를 당했다고 여기며 괴로운 날을 보냈을 선재...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15년을 버틴 선재가...대견했다. 12회까지 보고나니 솔이 시간 여행을 하기 전에도 선재는 자살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겠다. 선재의 사진 속 이 표정....아,,,바로 내가 선재에게 빠진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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