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news.nate.com/view/20240706n07593
이 기사를 보다가 문득 패왕별희가 떠올랐다.
패왕별희. 첸카이거 감독이 만든 영화. 고 장국영이 출연했다. 경극 패왕별희는 사면초가의 주인공 항우와 우희의 비극적 생을 소재로 한 중국의 대표 경극. 영화 패왕별희는 1930년대인가? 이 경극의 단골 주인공으로 인기 높은 두지와 시투의 우정과 사랑을 다룬다. 둘은 어릴때 극단에서 만나 배우로서 함께 수련을 쌓고 우정도 쌓는다. 장국영이 맡은 두지는 자신이 진짜 우희라도 되는 듯 항우 역을 하는 친구 시투를 정말 사랑하게 되고 영화도 비극으로 치닫는다.
그런데 정작 이 영화에서 내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두 아이에게 연습을 시키던 선생(사부)이 뭐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한 겨울에 둘을 홀라당 벗겨서 천막 밖으로 쫓아내고는 밤새 서있게 하는 장면이었다.학대 아냐? 세월이 흘러 둘은 경극 최고 배우로 성장해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그러자 그 선생이 둘에게 이게 다 자기 덕이라며 으스댄다. 눈쌀이 찌푸려졌다.실컷 두둘겨 패놓고 이제와서 둘의 인기와 연기력은 다 자신 덕이래. 정말? 그런데 이 영화의 감독 첸카이거는, 학대에 가까운 어린시절 에피소드가 둘의 현재를 더욱 빛나게 하는 클리셰 정도로만 여기고,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의식 자체가 없어 보였다는 점이다. 불쾌했다.
사람한테 이러지 말자. 참 무례하다. 여기에 언급된 익명의 감독들. 스스로 예술한다고 믿고 있을텐데 사람에게 이렇게 말 함부로 하면서 무슨 예술? 가당키나 해? 그들은 당시 이 무명의 어린 친구들이 진짜 하잖았겠지. 무의식? 본능? 부지불식간에 본래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걸러지지 않고 튀어 나온 것이겠지? 아마도 함부로 해야겠다고 의식하지도 않았을테다. 왜? 조심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나름 배우로서 입지를 다진 친구들이 기억하는 서러운 시절 추억담 속의 주인공이 바로 자신이라고 깨닫기는 할까? 부끄럽기는 할까?
짠내 나던 시절, 이들을 억까게 만들었던 일들이 이들을 각성시키고, 더 잘하도록 자극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막 함부로, 험한 말을, 모독에 가까운 소리를 들어도 되거나, 참아야 하는 건 아니다.
우석이를 포함하여 이들이 자신들을 서럽게 했던 사람에게 고마워 하지 않았으면 한다. 진짜 귀하고 소중한 것, 칭찬받아야 할 것은 그런 모멸의 시간을 꿋꿋하게 견딘 배우, 자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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