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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줄 때

 

 

헤어질 결심을 보고 나오면서, 칸느 같은 이름난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는다는게 작품의 우수성을 바로 보증해주는 건 아닌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박찬욱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 유명한 올드보이. 미장센은 훌륭하고, 당시까지 우리 나라에서 저렇게 세련되게 편집한 영화가 나오다니...감탄했지만, 이야기 자체는 좀 비호감이었다. 그 뒤 친절한 금자씨, 박쥐...다...뭐 저래? 도대체 이야기에 몰입이 안되는거라. 그래서 관심을 끊었다가 아가씨를 VOD로 보고 재밌어서 놀랐다. 굳이 극장까지 찾아가 이 영화를 본 것은 칸느의 후광이 아니라 아가씨 덕이었다.

 

실망했다. 대 감독의 영화를 보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면, 본 내가 모자라서일수도 있지. 14,000원이나 냈으니 돈값에 해당하는 말 할 자격은 있지 않겠어?

 

재미없었다. 칸느가 이 영화에 감독상을 준 이유도 알겠다. 작품상을 줄 수 없어서다. 

 

칸느 같은 영화제에서 상을 주는 건, 그 해 출품한 작품만 보고 주는 건 아닌것 같다. 칸느에 기여한 정도? 한국 영화, 한국 문화가 전세계에서 주목 받는 건, 코로나 시국에 우리만큼 열심히 영화 든 드라마든 뭐든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을 만들어서 재미를 주고 있는 곳이 없어서다. 이게 한국문화, 이른바 K컬쳐의 힘이겠지. 이건 어느날 갑자기 툭 튀어나온게 아니라 쌓이고 쌓인 것들 위해 비로소 핀 것이기도 하고. 

 

도대체 왜 둘이 서로에게 끌리고, 남을 죽여서까지 상대를 지키려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게 사랑이야? 그 방법 밖에 없어? 낭만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극사실주의 늙은 인간이라서 그런가...? 둘의 이야기에 몰입할 지점을 못찾겠다. 그동안 봐온 박찬욱 영화는 컷과 컷 사이 보는 사람만 아는 반전 같은게 있었다. 툭 툭 끊는데 머리속에서 열심히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그 장점이 가장 돋보이는 영화가 아가씨였어. 그런데...이 영화는..반대야. 말로 다 설명해. 어? 툭 툭 끊기면 이야기도 끊긴다. 왜저래? 

 

박찬욱은 외국 원작을 들여와 세련되게, 그 사람들 눈에 들게 각색하고 편집해서 내놓는게 장기다. 이 영화는 창작 시나리오. 원작이 없어서 이런 결과가 나온것 아닌가 하고 의심하면...대감독을 모독하는 것이 되는가?

 

차라리 탑건 메버릭을 볼 걸. 더운데...더 덮다.

PS. 중국인이라 한국말 잘 못한다고 대놓고 얘기하는 여자가 한글로 문자 치는 건 나보다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