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 드라마 본방은 미스코리아를 본다. 1997년 아이엠에프 후 찌질한 우리네에 대한 격려랄까..위로라고 할까...그건 뭐 지금 오늘 위로 받고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감격시대를 재방으로 봤다. 중간에 잠깐 졸기도 했지만...불곰이 죽을 때...내가 백정도 아니고...그 애비에 자식까지 죽일 수는 없지 않느냐며...죽어가는 마당에서 비로소 본심을 드러내는 남자...그가 죽기 직전 털어 놓는 도꾸와 악연인지 인연인지 그 사연에 운것이지만, 드라마 시작하고 6회만에 죽는 조연에게도 서사를 만들어주는 걸 보며...뭐랄까... 인간에 대한 예의가 느껴지더라.
모두령이 정태를 구하러 나서고, 정태를 구하고 죽는 풍차가 나를 또 울리더라...감격시대에서는 다들 주인공을 위해 대신 죽기를, 혹은 죽인공에게 각성을 선물하고 죽는 사람들이...아마 줄줄이 이어질테다. 풍차의 죽음은 이 드라마의 2장이 끝났다는 뜻이다. 풍차는 정태에게 아직도 웃게 만들어주고 싶은 가야에 대한 정을 끊고 가야의 일국회와 대립하게 만들어주는 동기이면서, 그가 첫번째 사부와 이별하고 두 번째 선생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예고이기도 하고. 음...아직 내가 왜 울었는지는 말하지 않았군. 정태는 아버지를 싫어한다. 아버지가 가족을 버렸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여태까지...정태 자신이 깨닫던 말건, 그는 아버지의 손바닥 위에서, 아버지가 배풀고 맺은 인연의 덕을 보고 있다. 모두령은 신의주 다음은 단동이이기에 자기 세력권을 지키려는 이해타산으로 일국회를 찾아와 일전을 벌인 것이지만, 정태 아버지에게 진 빚이 없었더라면 정태를 걸고 서둘러 가야와 담판 짓겠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정태에게 칼을 피하는 법을 가려쳐주는 최포수도 정태가 찾아와 가르침을 청하자 정태 아버지 얘기를 꺼낸다. 아마도 둘은 동지일 것이고, 정태는 유사 아버지인 백포수에게서 가르침을 받는다. 결국, 정태는...아버지와 비슷한 삶의 괘적을 밟을 것이다. 중국의 모두령이건, 도비파건, 또 다음주에 모습을 드러낼 온갓 싸움패거리들은...이 드라마에서는 반일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 않았지만...결국 일본 제국주의 앞에서, 이 드람에서는 일국회가 그 상징인데, 일국회 앞에서 다 똑같은 신세고, 서로 힘을 합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화 느낌? 무협과 무림의 기운? 감격시대는...설령 그것이 좀 유치하고, 과장이고, 개폼이라고 해도, 어릴적 읽었던 무협만화의 느낌이 살아 있고, 그 만화들의 그 유치함이...이상하게 심금을 울리는데, 만화 설정을 빌어 시청자를 혹하게 하는 것...그거...1차원 평면에 그려진 서사를 움직여서 활동 영상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칭찬해주고 싶다. 봐...이런 유치 뽕에 기꺼이 울어주는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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