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고운 얼굴 보고 좋아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나의 첫 연예인은 조용필이었다.(음...연식...) 우리 나라 대중문화사에서 처음으로 오빠부대를 탄생시킨 전설의 가왕이시다. 젊은 분들도 찾아보시라. 그 얼굴로 오빠부대를 몰고 다닌 건 순전의 노래실력 때문이었고, 좋은 사람이어서였다. 물론 나는 오빠부대에 끼지도 못했다. 어렸고...(필사적으로 연식을 숨기고 싶다...), 나, 나름 공부 좀 했다.(ㅋㅋㅋ, 공부하느라 바빴다는 뜻. ㅋㅋㅋ) 다음은 서태지? 신드롬 시절일때는 몰랐고 서태지와 아이들 은퇴한 후에 역순으로 음악 찾아 듣다가 좋아했다. 엄밀히 말하면 아이돌 시절보다 울트라메니아 이후 록 음악을 하는 서태지를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한다. (근데 언제 컴백하려나...) 서태지도 얼굴은 평범하지 않나? 그의 음악적 재능이 좋았다. 아, 공윤이라고 요새 친구들은 전혀 모르겠지만 90년대까지 국가가 대중음악 가사, 영화 시나리오를 검열했다. 서태지의 시대유감을 공윤이 불온(?)하다고 퇴짜를 놓자 가사를 바꾸지 않고 노래 없이 음반을 냈다. 그 소식을 듣고 어? 똘똘하네? 로커가 그정도 자존심은 있어야지? 하며 급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다들 아시는, 지금도 잘생김 하면 떠오르는 정우성, 강동원 같은 최강 외모 배우들...그들의 리즈 시절에는 한번도 마음 준 적 없다. 별로였다. 오히려 40대 아니 50대가 된 지금의 그들이 내게는 훨씬 멋지다. 품위 있게, 좋은 일 하면서 나이들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요즘 미모로 회자되는 젊은 배우들, 아이돌들....개인 취향이지만 깎아놓은 밤톨 같은, 혹은 어른들의 속된 표현인데, 기생 오래비 같은 곱상하고 예쁘장한, 순정 만화 속 주인공 같이 눈 대따 크고 유선형 얼굴...별로다.
배우는 얼굴로 먹고 산다고들 한다. 이 때 얼굴은 잘생김을 말하지 않는다. 얼굴에 희노애락 그러니까 슬픔과 기쁨, 환희와 절망, 귀함과 추함,희열과 절망 이 모든 것을 그 하나하나 또는 그것들이 뒤섞인 미묘한 순간을 포착해 표현하는 얼굴을 말한다. 무지개가 일곱 빛깔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수많은 색이 뚜렷하지 않은 경계를 지으며 아슬아슬 이어진다. 인생도 그렇다. 배우는 그 수 많은 색 중 어느 부분을 얼굴에 담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되도록이면 그런 감정을 직접 혹은 간접으로 겪어 보는게 좋다. 겪은 사람이 좋다. 기분 나쁘고, 속상하고, 자존심 뭉게지는 순간에도 자신을 다독이고 절제하며 더 성장하는 기회로 삼을 줄 아는 사람. 자신의 성공에 취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실패했을 다른 사람 마음을 헤아리는 배려심....그 때 그 순간에 느꼈을 감정들이 층층이 쌓여 어느 장면에서 그걸 꺼내놓을 줄 아는게 배우다.
변우석이 탑 모델이 되기까지 견딘 시간, 배우로 진로를 바꾸고 다시 밑바닥에서 맞닦뜨린 좌절과 같은 불쾌한 감정을 함부로 배설하지 않은 사람이어서 참 좋다. 그는 잘생겼지만, 나이먹으면서 더 잘생겨진 얼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여러 일을 겪고 인내하고, 참고, 그러면서도 남을 먼저 생각하고, 물러설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의 얼굴과 표정과 태도는 다르다. 왜냐면 그 사람은 좋은 배우이기 전에 진짜로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선업튀 3회까지도 도대체 이 배우가 누군지 몰랐다. 잘생겼다 뭐 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4회에 이르러.... 솔을 구하고도 무려 15년 동안 순간순간 찾아드는 죄책감감에 힘들어하다 솔을 재회했을 때 선재, 아니 우석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스치던 회한... 그토록 원망하는 험한 말을 해놓고도 다 잊은 듯 고맙다고 울먹이는 솔을 보며 반갑기도 하고 동시에 어이없어 하던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때 배우로서 우석의 진짜 잘생긴 얼굴이 내 심장을 쿵~하고 내려앉게 했다. 그 뒤로는 미친 듯이 찾아 다닌 것 같다. 아니 이 사람아, 어디 있다가 이제야 나타났니~~ 하면서. 실은 이제야 발견한 것은 난데 말이다. 우석이는 서서히 스며들게 하는 사람이다. 그의 잘생김은 그런 종류의 것이다. 나는 그런 배우가, 아니, 우석이가 좋다.
뱀발. 진짜로 정우성은 50대에도 멜로가 가능하더라. 울 옵빠의 마지막 멜로를 보기 위해 디즈니+ 계정을 파고, 사랑한다고 말해줘를 봤다. 아~~나이들어서도 여전히 멋진 어른의 사랑. 좋더라. 우리 우석이도 그랬으면 좋겠다. 아, 잠깐...그럼 내 나이가.... 음.... 갑자기 슬퍼진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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