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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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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세력을 비판 하시는 분들을 위해, 지금처럼 허깨비를 쫓지 않도록 친절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대선에서 지다보니, 친노에 대한 비판이 사그라들지 않지만, 그 비판하시는 분들을 보면 도대체 누구를 지목하는지 전혀 구체적이지 않더라고요.

친노를 정치세력으로 구분할 수가 없는게, 솔까 노무현 대통령과 연관이 있던 인사들의 구성이 워낙 다양합니다.

만약 정치세력으로서의 친노를 정의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당신은 그림자를 보고 실체를 파악하고 있는 겁니다.

 

이념적으로 워낙 다양한 스펙트럼의 인사들이 과거 노무현 정부와 연관이 있었고, 이들의 노 대통령 선거 후 단 한 번도 제대로 뭉친적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노무현 대통령 자신이 과거 DJ나 YS처럼 보스형 리더가 아니었고, 재임 시 인사도 이념에 관계없이 그냥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했기 때문이죠. 당시 핵심부서인 정통부, 국방부 장관들을 노통은 진퉁 보수인사로 채웠죠. 진대제, 김장수 같은 사람들을 친노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유시민, 천호선이 민주당 사람인가요? 이념적으로 가까웠고, 노무현이 중용했던 사람이라도 사실 각자 사이들이 굉장히 좋지 않았습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친노인가요? 박지원은 DJ의 남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김진표 같은 노무현이 극찬해 마지 않았던 행정가는요? 친노라고 하기 애매한 사람이죠.

 

이러한 상황이다보니 민주당을 친노계열이 장악하고 있다고 하는 주장은 무리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친노를 정의지을 수 있을까요?

먼저 우리는 노무현의 정치 역정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노무현의 정치인생은 달걀로 바위치는 일의 연속이었죠. YS의 공천으로 정치계 입문한 이래, 3당 합당 반대 후 꼬마 민주당에 합류합니다. 종로에서 국회의원 낙선 후 부산에서 국회의원에 여러 번 도전했으나 낙선을 여러 번.... 김대중 대통령이 해양 수산부 장관에 임명한 후 행정 경험을 쌓았고, 다시 부산에 도전.. 이 때 노무현에게는 '바보'라는 영광스러운 별명이 붙었고, 민주당의 대선주자 경선에서 '노풍'이 불기 시작합니다. 이인제를 경선에서 물리치고, 정몽준과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이겼지만, 다시 대선 전 날 정몽준이 단일화 번복.. 하지만 노무현 지지자들의 표결집으로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없죠.

 

이 때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유권자들이 갈구하던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정의'입니다. 옳은 것을 옳다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말하는 것. 야합과 부정부패를 미워하고, 상식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대표자를 유권자들은 찾고 있었고, 그 사람이 바로 노무현이었습니다.

 

그 후의 여러 선거에서 이러한 가치 중심적인 유권자들의 표심이 계속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수도권에서 무소속이었던 박원순 시장의 당선과 동대문에서 홍준표의 낙선이 그 대표적인 사례겠죠. 또한 과거에는 지역감정으로 먹고 들어가던 부산, 울산, 경남의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이 변한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문재인이 부산에서 국회의 한 자리를 차지한 것은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20~40대의 문재인 지지율이 경북, 대구를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60%를 상회하였습니다. 이제는 지역보다는 정치적 스탠스와 도덕성, 가치관이 시간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130석의 야당 의석은 불만족스럽기는 하지만, 탄핵정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의석을 민주계 야당들이 차지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지역을 가리지 않는 대신 해당 후보의 삶과 가치관을 중시하는 젊은 표심들의 힘이 컸습니다.

 

그렇다고 보면 언론들이 일컫는 친노세력이라는 것은 결국 노무현의 가치관에 동조하는 유권자들이 뽑아 준 정치인들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젊은 유권자들에게는 더 이상 지역논리가 먹히지 않습니다. 대신 사회에 대한 가치관, 도덕성, 청렴도를 더욱 중시합니다. 노년층과 중장년층이 젊은 유권자들을 이해 할 수 없는 게, 과거 세대들은 자의든 타의든 부정부패를 수없이 겪었지만 이에 순종하고 자신들도 그 자리에 올라 그 떡고물을 얻어 먹는데 익숙한 세대들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워낙에 절박했던 것도 있지만, 그만큼 도덕성, 청렴성에 대해 둔감합니다. 반면 젊은 세대들은 과거처럼 똥구멍 찢어지게 가난하지는 않지만, 이대로 가면 공멸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굶지는 않지만, 집, 교육, 결혼 뭐 하나 쉬운게 없고, 일자리는 부족합니다.

 

젊은이들은 그 원인을 사회의 부정부패와 경제 시스템의 결함에서 찾습니다. 그들에게 박정희, 전두환 같이 사람을 죽이고도 뻔뻔하게 사과한 번 안하는 구시대의 인사들은 부정부패를 정당화하는 구태세력일 뿐이죠. 천민 자본주의 논리가 먹히는 세대가 아닙니다. 젊은이들은 공멸을 해결하는 열쇠를 청렴성, 도덕성에서 찾고 있습니다. 복지를 통한 부의 분배 및 일자리 창출은 젊은이들에게 시대적 과제입니다. 그 기본 전제는 투명하고 깨끗한 정부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현재 보여주고 있는 것이 젊은이들이 원하는 워너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볼 때 친노세력이라 일컫는 인사들을 쇄신해야 한다는 소리는 결국 친노세력을 뽑아준 젊은 유권자들을 쇄신해야 한다는 논리로 귀결됩니다. 그런데 친노세력들이 과거 지역 논리에 입각하여 해먹고 있는 세력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는 게 웃기는 일이죠. 애초에 눈에 보이는 친노라는 것은 그림자일 뿐입니다. 실체는 이 '정의를 갈구하는' 유권자들입니다. 유권자들을 정치인, 언론인이 쇄신한다??? 우리나라 정치와 언론이 얼마나 구태에 빠졌고, 상상력과 어휘력이 부족한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